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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싱가포르, 스마트 국가의 최전선 | 켄트 E. 콜더 | 글항아리

by 지식편집자 2023. 9. 7.

 

 

[싱가포르, 스마트 국가의 최전선]의 저자인 켄트 E. 골더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20년간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소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45년간 아시아를 연구하였고 15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 실제 거주하였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기간의 연구가 온전히 녹아 있으며 싱가포르 학계, 대학생, 공무원, 산업 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싱가포르 도시 국가의 거버넌스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하였습니다.

세계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싱가포르를 선정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 2위로 싱가포르를 선정하였습니다. 이 밖에 정부 운용 투명성(1위),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도(1위), 정보 기술 기반 네트워크화(1위), 반부패(3위), 지식 재산권 보호(4위)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입니다. 싱가포르의 공기 질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간주되는데, 미세 먼지를 포함한 공해로 가득한 상하이, 서울과는 다른 쾌적성을 보입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해외직접투자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한 곳입니다. 2014년에는 GDP 22% 수준의 해외직접투자를 기록하였습니다. 같은 시기 중국이 GDP의 2.6%, 일본이 GDP의 0.4% 규모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한 것과 대비하면 가시적인 성과입니다. 싱가포르 내에는 현재 7,0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입주해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은 아시아 본부 혹은 글로벌 본사입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놀라운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주요 요인에는 싱가포르 정부 거버넌스의 스마트함에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관해 흔히 오해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정부 주도로 산업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1960년대 독립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여러 개발 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공공 주도로 경제를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과 산업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거버넌스로는 한계가 있음을 일찍 깨닫고 스마트 국가로 체질을 개선하였습니다. 싱가포르 스마트 국가 거버넌스의 핵심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에게 자율성을 주어 급격하게 변하는 세계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하는데 있습니다. 정부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 및 시장의 질서를 형성하는데 노력하고,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는데 힘쓰고, 친 시장 정책으로 민간 기업이 산업에 도전하여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스마트'라는 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개념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1) 작고 효율적입니다. 이를 통해 유동적인 글로벌 환경에 사회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2)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통합적인 관점에서 도시를 관리합니다. 3) 국경을 초월하여 여러 나라를 연결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4) 여러 조직이 사회적 문제에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노력을 합니다.

개발 국가와 달리 스마트 국가에서의 정부는 사회적 사안에 대해 지배적 역할을 하기 보다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정부가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과 정보, 그리고 시장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서의 효율적이고 일관된 질서를 조성함으로서 사업에서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교육, 의료, 주택, 은퇴, 직업 훈련, 창업 자금 등을 지원하여 시장 참여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안전 지대를 마련합니다.

싱가포르 행정 구조에서의 특이점은 정부 부처의 하위 집행 기관인 법정위원회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정위원회는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되며 해당 부처의 감독을 받습니다. 이 곳에 속한 직원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민간 출신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며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합니다. 정부 부처 간의 알력 다툼이나 관료 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들의 보수는 상당히 높으며 민간 기업처럼 인센티브 제도가 있기도 합니다. 업무 강도 또한 높습니다. 정부 부처 및 법정위원회를 통해 시장 내 질서와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이 산업에서의 혁신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싱가포르는 국유 기업을 활용하여 산업 발전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공공 기관 출신이 국유 기업의 고위직을 맡고 있으며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회사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합니다. 하지만 시장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 형태의 기업입니다. 국유 기업의 생존 여부는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국유 기업은 수익성이 있어야 하고, 비합리적인 특혜를 받을 수 없으며, 민간 시장에서 직원을 경쟁적으로 채용합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싱가포르 거버넌스의 특징인 '스마트함'은 국내에 시사점을 줍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전문성 높은 정부 부처 및 법정위원회 인력들이 통합적인 관점에서 시장 질서를 조성합니다. 그리고 민간이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정망을 제공하고 친 시장적인 정책을 펼칩니다. 혁신이 이루어지기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4차 산업에서도 앞서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