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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책 리뷰] 넷플릭스하다 | 문성길 | 북저널리즘

by 지식편집자 2023. 9. 22.

 

미국에 "Netflixed"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넷플릭스 당하다"라는 의미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되는 현상을 묘사하는 단어입니다. 20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DVD 대여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전세계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인터넷 스트리밍을 넘어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GAFA"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Google, Apple, Facebook, Amazon(GAFA)을 일컫습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FAANG"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나타났습니다. FAANG은 Facebook, Amazon, Apple, Netplix ,Google을 의미하며 기존의 GAFA에 넷플리스가 추가된 미국의 빅 테크 5개 회사를 지칭합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년간 미디어 업계의 골리앗들을 차례로 쓰러트렸습니다. 1985년부터 25년간 미국 비디오 대여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했던 블록버스터의 파산이 대표적입니다. 2004년 블록버스터의 매출액은 넷플릭스의 약 12배 수준으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7년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고, 2011년에 오프라인 비즈니스 기반의 블록스버스터는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혁신 전략 이면에는 두 가지 정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혁신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이며, 둘째는 "극단적인 소비자 중심주의"입니다.​ 인터넷 스트리밍,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혁신을 거듭해 나갔고, 이러한 혁신은 철저한 소비자 중심적 사고와 이들의 수요를 확인하기 위한 빅데이터 통계적 분석에 기반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현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사용자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매일 1억 시간이 넘는 방대한 시청 자료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빅데이터 분석은 넷플릭스가 미디어 산업을 혁신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었습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여 N스크린(어디서나 여러 디바이스 형태로 볼 수 있는), 추천 시스템,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였고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및 투자, 해외 진출 등 경영 전략 전반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였습니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은 고객 편의를 극대화 하기 위한 여러 서비스 기획에 기반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딥러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공 신경망까지 활용해 더욱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이야기할 때 "롱테일 현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롱테일은 말 그대로 꼬리가 길다라는 의미로, 특정 킬러 콘텐츠의 독점이 아닌 다양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수익의 다양성이 확보됨을 이야기합니다. 롱테일을 확장하려면 틈새 상품의 구입 비용을 낮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통 채널의 일원화"와 "수요와 공급의 연결"이 필수적입니다. 유통 채널의 일원화를 위해서는 "디지털 집산자"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집산자"란 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통합 서비스로 제공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수요와 공급 연결 측면에서는 "추천 시스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추천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 소비의 개인화가 이루어지면서 가입자의 콘텐츠 만족도가 증가하며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수요층이 만들어집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최신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의 소비가 개인 추천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최신작, 블록버스터 등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콘텐츠를 통해서도 수익을 발생할 수 있기에 콘텐츠 확보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콘텐츠 과잉 시대에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추천 시스템, 큐레이션, 검색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유명한 하버드 클레이튼 크리스텐스 교수는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올라타야 함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산업을 혁신시킬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 등장할 때 기존 기업들은 대개의 경우 해당 기술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주류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고, 기대 수익이 대기업의 비용 구조를 감당하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기술은 간과된다. 이때 기업가 정신을 지닌 회사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 혁신을 일으킨다. 해당 기술이 시장에서 자리 잡으면서 어느순간 그것의 성능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된다. 이로 인해 기존 주류 고객들을 사로잡고 해당 산업을 잠식한다." 넷플릭스가 그러한 것처럼 기존 사업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린 태도와 소비자 관점에서의 서비스 디자인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