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싱가포르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중심업무지구의 고층 빌딩들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제적 성장과 부를 단적으로 보인다. 이는 독립 후 반세기 동안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협력한 결과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전반적인 토지 이용 계획을 주도하였으며, 공항, 항구, 학교, 공원, 고속도로 등 주요 기반 시설을 구축하였다. 민간 부문의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마련하였다. 또한 이들은 정부의 토지 매각 프로그램을 통해 토지를 매입한 뒤, 상업 시설, 산업 시설, 민간 주거 시설을 개발하였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지역 스카이라인, 출처: https://www.safdiearchitects.com/projects
싱가포르의 주택 시장
싱가포르는 이중 시장 구조의 독특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만들어진 공공 주택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민간 주택 시장이다. 전체 주택 중 공공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며, 1995년에는 88.07%로 정점에 이르렀다. 전체 주택 공급량은 1980년 약 5십만 세대에서 2014년 약 1천2백만 세대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는 1980년대 공공 주택 집중 보급 프로그램을 통해 주택 공급량이 급속히 증가한 결과이다. 공공 주택의 자가 소유율은 1990년 이후로 계속 80%를 상회하고 있다.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한 싱가포르 공공 아파트, 출처: https://aasarchitecture.com/2017/12/skyville-dawson-woha-wins-2017-australian-national-architecture-awards.html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공 주택이 공급된 이후, 구매력이 높은 수요층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주거 시설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정부는 민간 사업자들이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토지를 매각했다. 그 결과 민간 주택 공급률은 1990년 전체 주택의 11.08%에서 2014년 19.27%로 꾸준히 증가했다.
캐피탈랜드에서 개발한 The Interlace 콘도미니엄, 출처: https://www.capitaland.com/international/en/find-a-property/global-property-listing/homes/the-interlace.html
민간 주택 공급량의 증가는 주로 콘도미니엄 및 아파트 형태로 이루어졌다. [싱가포르에서 아파트와 콘도미니엄은 유사한 개념이다. 콘도미니엄이 상대적으로 대규모이며 여러 공공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는 주택을 건설할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기 때문에 기존의 단독 주택 부지를 고밀도의 집합 주택으로 재개발하였다. 전체 주택 수 대비 민간 단독 주택의 점유율은 1990년 7.0%에서 2014년 3.6%로 감소하였다. 반면에 민간 집합 주택 점유율은 같은 기간 동안 4.08%에서 13.48%로 증가했다. 2014년 기준, 민간 주택의 70%는 집합 주택 형태였다.
1996년 2분기 민간 주택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후 더 많은 집합 주택 단지가 나타났고, 2015년 2분기에는 단독 주택 점유율이 22.5%로 하락했다. 이는 싱가포르의 부족한 토지를 높은 밀도로 활용하려는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의 결과였다. 소유권 관점에서 보면, 싱가포르 가구의 집합 주택 거주자의 자가 소유 비율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77%에서 88% 범위 안에 있었으며 이는 콘도미니엄을 소유하고자 하는 싱가포르 사람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콘도미니엄은 공유 시설을 갖춘 새로운 주택 개념으로 1974년 싱가포르에 처음 도입되었다. 콘도미니엄을 소유하는 것이 사회적 신분 상승이라고 인식하는 중산층의 젊은 전문직 부부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더불어 콘도미니엄을 통한 고층화 및 고밀도화 개발은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싱가포르의 도시 계획 전략에 최적화되었다.
싱가포르 콘도미니엄 Ferrell Residences, 출처: https://www.showroom.com.sg/ferrell-residences-showflat-location-singapore-property-showroom/
세계적인 건축가의 참여
단게 겐조, I.M페이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싱가포르의 1980년대와 1990년대 스카이라인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단게 겐조는 UOB 플라자, OUB센터, 리니어 아파트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I.M페이는 래플스 시티 싱가포르, OCBC 센터, 게이트웨이, 선텍 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0년대 부동산 시장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레 스히렌, 다니엘 리베스킨트, 모쉐 샤프디 등 해외의 유명 건축가들이 개발사업에 참여하였다. 외국 건축가의 등장은 싱가포르의 고층 건축 디자인에 다양성을 가져왔으며, 건축이 끊임없이 혁신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유도하며 건전한 경쟁을 이끌었다.
I.M페이가 설계한 선텍 시티, 출처: http://www.singapore-guide.com/singapore-shopping/top-10-shopping-malls.htm
모쉐 샤프디가 설계한 Sky Habitat Residential, 출처: https://www.safdiearchitects.com/projects/sky-habitat-residential-development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reflections, 출처:https://www.keppellandlive.com/
개발을 위한 토지 공급
싱가포르는 섬 국가로 토지의 크기가 제한적이며 싱가포르 국토청이 개발 가능한 토지의 3/4 이상을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토지 매각 프로그램은 싱가포르의 토지에 대한 경제 활동을 충족시켜 시장 경제를 활성화하고,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경쟁 입찰을 통해 민간 주택과 상업 시설을 개발하려는 민간 사업자들에게 부지를 매각한다. 토지 매각 프로그램은 도시재개발청(URA)과 주택개발청(HUB) 두 정부 기관이 주관한다.
토지 매각 프로그램은 비공개 가격으로 진행하는 경매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전략적인 개발이 필요한 부지의 경우 혁신적인 입찰 방식을 활용한다. 컨셉/가격 수익 방식과 고정 가격 입찰 제안 등이 있다. 컨셉/가격 수익 방식은 입찰 참여 시 개발 컨셉과 입찰 가격을 별도로 제시해야 한다. 개발 컨셉과 입찰 가격을 별도로 제출하여 두 단계의 심사를 거치는 이단계 입찰 방식이라 부른다. 1차적으로 컨셉평가위원회에서 개발 컨셉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고, 위원회의 기준에 부합한 업체들에 한정하여 2차적으로 최고가를 제시한 회사를 선정한다. 고정 가격 입찰 방식은 가격은 사전에 정해져 있고 가격 경쟁이 아닌 개발 컨셉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이러한 입찰 방식은 전략적인 개발이 필요한 부지에 활용되어 높은 수준의 건축 디자인과 차별성 있는 개발 사업을 유도한다.
정부의 토지 매각 프로그램을 통해 Urban Entertainment Centre 부지에 개발된 Bugis+, 출처:https://www.capitaland.com/sg/en/lease/mall-listing/bugis+.html
토지 매각 프로그램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다. 호황 시장에서의 과열된 주택 가격을 규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정부는 민간 주택 개발의 수요와 공급 불균현을 완화하기 위해 1994~1997넌과 2009년~2014년 주택 가격 폭등 기간 동안 정부가 보유한 다수의 토지를 매각 하였다. 도시재개발청과 주택개발청은 두 번의 호황기 동안 55개(첫 번째 호황기)와 97개(두 번째 호황기)의 택지를 공동으로 분양하였다. 이를 통해 시장에 공동 주택의 공급을 활성화하였다. 반대로 민간 주택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시기에는 토지 매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여 과도한 주택 공급량을 통제하기도 한다.
2001년에는 유동적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정 리스트' 제도를 도입하였다. 지정 리스트에 있는 부지 중 특정 부지에 관심 있는 개발 회사가 해당 부지에 대하여 정부가 지정한 가격에 가까운 금액을 제안하면 부지를 매입할 수 있다.
마리나 다운타운 국제 금융센터- 혁신적인 토지 입찰 계획
2005년 7월, 도시재발청은 정부의 토지 매각 프로그램에 따라 추진된 마리나 베이 금융센터 개발을 위해 다운타운 마리나 사우스 지역의 '임의 개발 가능 부지'를 매각했다. 당시 처음으로 '옵션 기반'의 혁신적인 입찰 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낙찰자가 단계적으로 프로젝트를 개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각 입찰자는 밀봉된 봉투에 연면적 기준으로 계산한 입찰 가격을 제안해야 하는데 일시불로 토지 매입가격 전액을 지불하지 않는다. 입찰자는 1단계, 2단계로 개발 계획을 나누어 제안해야 한다. 최소 연면적 약 3만평 이상의 1단계 개발 계획을 제안해야 하며, 나머지 2단계 개발을 위한 토지 매입금은 향후에 지급하면 되는데 그것의 지급 시기를 옵션을 통해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낙찰자가 2단계의 개발을 위한 토지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토지 가격의 6%, 8%, 10% 옵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옵션 수수료는 반환되지 않는다. 낙찰자는 옵션을 통해 향후 6년(토지가의 6%), 8년(8%), 10년(10%) 이내 기간 안에 사전에 합의된 가격을 통해 나머지 부지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마리나 베이 금융센터 부지는 새로운 혁신적인 토지 입찰을 통해 2005년 7월 14일 홍콩의 홍콩랜드, 청쿵홀딩스&허치슨 왐포와, 그리고 싱가포르의 케펠랜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의해 낙찰되었다. 당시 컨소시엄은 8%(8년) 옵션을 선택하였다. 1단계에서 약 7만평, 2단계에서 약 6만평을 개발하여 총 13만평의 금융 센터를 개발하는 계획을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9만평의 오피스 건물 3개동과, 649세대의 고급 아파트 2개동과 펜트하우스, 그리고 약 5천평의 리테일 시설을 계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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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기적,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진 지음/ 출판사 차밍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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