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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책 리뷰] 벤저민 그레이엄 자서전 | 벤저민 그레이엄 | 차이정원

by 지식편집자 2023. 9. 13.

 

금융 분야에서 다변량분석, 머신러닝, 암호화폐를 논하기 전에 벤저민 그레이엄을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본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는 사유의 폭이 깊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 투자를 "계량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 과정"으로 정립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사고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자서전>은 그레이엄 본인이 직접 쓴 책으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지적 겸손함이 느껴집니다. 그레이엄은 뉴욕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자였지만 동시에 교육자이자, 저술가이자, 희곡가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희곡 대본으로 <베이비 풍파두르>라는 이름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열었습니다. 그리스로마 고전, 독일 문학, 프랑스 문학에 대한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고, 수학 논문을 발표하는 영리함을 보입니다.  

 

<증권분석>, <현명한투자자>, <재무제표 보는 법>은 원서로도 읽었는데, <저장과 안정storage and stability>라는 책이 있다는 것은 이 책 <벤저민 그레이엄 자서전>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벤자민 그레이엄은 가치투자의 창시자, 증권 분석의 창시자로 존경 받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상품기반준비통화제도(Commodity Reserve Currency Plan)를 기획한 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합니다. <저장과 안정>에 불황 타개를 위한 통화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적었습니다. 그레이엄은 1929년부터 3년 간 자신이 경험한 대공황 시기를 단테 <신곡>의 지옥과 비교하였습니다. 추측하건대 그 때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인해 경제 불황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평생에 걸쳐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자신에게는 친한 친구가 없었다고 여러 차례 고백합니다. 어쩌면 그레이엄의 진정한 친구는 책 <오디세이아>에서 만난 율리시스 일지도 모릅니다. 율리시스 서사에서의 영웅적 모습과 그레이엄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그레이엄의 학자적인 면모 이면에 있는 강인한 의지는 율리시스를 닮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레이엄은 율리시스의 시로 책을 마무리 합니다.

 

<자, 친구들이여!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

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나자.

줄 맞춰 앉아서 더 힘차게 앞으로, 앞으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자.

내 목표는 해가 지는 그곳

서쪽 별이 멱 감는 그곳까지 항해하는 일, 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끝없는 심연이 우리를 집어삼킬지도 모르지.

어쩌면 행복의 섬에 도달할지도 몰라.

또 우리가 아는 그 아킬레우스를 보게 될지도.

많이 잃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거늘

지금은 비록 예전처럼

하늘과 땅을 뒤흔들 만한 강한 힘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역시 우리다. 영웅의 심장과 기개를 가진 우리.

시간과 운명이 우리를 약하게 했지만, 의지만은 여전히 강하다.

결코 굴하지 않고, 계속 분투하고, 찾고, 발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