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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싱가포르의 기적] 싱가포르 부동산 산업의 발전

by 지식편집자 2023. 9. 22.

싱가포르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싱가포르 1인당 국내총생산은 1965년 한화 약 1백만 원 수준에서, 2017년 한화 약 6천만 원 수준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주거용,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1965년에서 2015년 사이 무려 23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시장의 성과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킨 근본적 원인은 설명하지 못한다.

 

경제 성장은 성숙하고 고도화된 부동산 시장 형성에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싱가포르에는 전문성을 갖고, 위험을 감수할 자본과 의지를 지닌 민간 부문과 건전한 경제 및 사회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공공 부문 상호 간에 효과적인 협력 관계가 형성되었다. 공공과 민간의 성공적인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민간 기관들은 성장과 혁신을 이룰 수 있었고 변화하는 국내 및 국제 상황에 적응할 수 있었다.

1. 정부의 역할

싱가포르 정부는 건국 이래 지금까지 국가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는 정책 입안 및 규제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여러 공공기관을 통해 사회 기반 시설과 시스템을 제공 및 관리하였고, 실물 부동산을 시장에 직접 공급하였다. 정부는 싱가포르 내에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하였으며, 동시에 가장 많은 주거용 부동산을 개발하는 공급자이다.

 

정부의 명확한 토지 이용 계획과 건축 인허가 절차는 민간 부문의 투자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킨다. 싱가포르 도시는 컨셉 플랜 concept plan, 마스터 플랜 master plan, 개발 가이드 플랜 developmnet guide plan을 통해 계획된다. 컨셉 플랜은 싱가포르 도시 계획의 40~50년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계획하며, 매 10년 마다 재정비된다. 마스터 플랜은 5년마다 재정비되는데 싱가포르 내 토지 이용 계획의 자세한 사항들을 규정한다. 개발 가이드 플랜은 싱가포르 내 55개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여 각 지역의 개발 계획을 규정한다. 토지의 구역을 정하고, 높이를 제한하며, 개발 밀도를 규정한다. 이는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어떤 공간을 개발해야 할지 명확하게 해주고, 장기적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싱가포르 마스터 플랜 2014 출처: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 https://www.ura.gov.sg/Corporate/

싱가포르 정부는 1966년 독립 초기 토지취득법을 제정하여 기존의 슬럼가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1969년에는 임대목적물통제법이 제정되어 건물 소유자가 재개발을 목적으로 임차인들을 일정 수준 보상하고 퇴거시킬 수 있게 하였다. 이 두 가지 법안은 1963년 유엔 전문가들의 권고에 의해 제정되었고, 1970년대 싱가포르의 도시 재개발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하였다. 1967년에는 토지구분소유법이 제정되었다. 토지구분소유법은 집합 건물을 분할 소유한 각각의 자산 소유자가 자신들이 소유한 지분을 집단으로 매각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되었다. 이로 인해 오래된 집합 건물의 분할된 소유권을 재개발 목적으로 일괄 매각할 수 있게 되었다. 1973년에는 건물 및 공용면적 유지관리법, 2004년에는 집합건물관리법이 제정되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의 한정된 국토를 높은 밀도로 개발할 수 있었다.

 

정부는 사회 기반 시설을 공급 및 관리하고, 법률을 규제하며, 정책 입안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이러한 정부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수동적이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 부문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독특한 점은 정부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토지 및 공공 주택 공급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는 싱가포르 부동산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정책 목표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주택 시장이 호황 및 불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병폐와 낭비를 막기 위해 정부는 여러 차례 거시적 안전 정책을 도입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시켰다.

 

정부는 또한 싱가포르 리츠 시장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 시장 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싱가포르 정부 차원의 종합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싱가포르를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하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부동산 증권화에 대한 증가하는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모형 리츠 산업이 발전하기에 우호적인 시장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2. 부동산 개발 산업의 성장

싱가포르 초기 부동산 산업은 전문 지식과 자본력이 부족한 비전문가들이 주도하였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 회사는 싱가포르가 독립하기 이전부터 주거 부문에서 개발 사업을 시작하였고, 향후에 상업용 부동산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였다. 산업 초기에 자본이 부족했던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주로 소규모 주택 개발 사업을 진행하였다. 개발 회사들은 규모가 더 큰 주거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주택들을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하여 자본화시켰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시장의 자본력이 뒷받침되기 시작하였고, 부킷 티마, 케언 힐, 리버 밸리 등의 주요 입지에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에는 콘도니미엄과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되었다. 1980년에는 32%의 가구가 민간 주택에 거주하였고, 4%의 가구가 콘도미니엄과 주택에 거주하였다. 2014년에는 20%의 가구가 민간 주택에 거주하였고, 14%의 가구가 콘도미니엄과 아파트에 거주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부동산 회사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러 기업들이 주식에 상장되면서 그들이 개발한 부동산을 더 오랜 기간 소유 및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주식에 상장된 초기의 부동산 개발회사에는 시티디벨로먼트, 싱가포르랜드, 구코랜드 등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발 회사들의 자본화 방법은 점차 개선되었고, 이에 따라 새롭게 공급되는 건물들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부동산 회사들은 주택 개발 사업에서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도시재개발 프로그램이 시작된 1970년대에 이르러 상업용 부동산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대부분의 상업용 건물들은 소유주의 실사용 목적으로 개인, 가족, 기업 등에 의해 지어졌다. 1960년까지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에는 몇 개의 유명 오피스 빌딩들과 1954년 준공된 20층 규모의 아시아보험 빌딩이 있었다. 아시아보험 빌딩은 당시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도시 재개발 프로그램은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이로 인해 쉔톤 웨이와 래플스 플레이스 주역 지변에 초고층 빌딩들이 공급되었다.

싱가포르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미국, 영국, 호주와 같은 선진 시장들처럼 자국의 기관투자자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시장의 충분하지 못한 자본과 기관투자자의 부재로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1970년대에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그들이 개발한 쇼핑센터와 사무실 건물의 소유권을 분할하여 개별 단위로 매각하였고, 이를 투자 혹은 실사용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수분양자들에게 매각하여 빠르게 자금을 확보하였다.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했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싱가포르 부동산 산업은 세계화와 증권화라는 두 가지 트렌드를 맞게 되었고, 이는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3. 국내에서 세계로

독립 초기 싱가포르 부동산 산업은 부동산 개발 회사 및 기업에 의한 실물 자산 시장이었으며, 국내 시장에 집중하였다. 당시에는 해외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자본의 규모 및 흐름 관점에서 보았을 때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화가 시작되었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유치하였고 더불어 싱가포르 자국의 기관투자자 및 개발 회사의 해외 투자가 이루어졌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은 199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투자 국가군을 다양화했다. 1982년 설립된 싱가포르투자청의 초기의 해외 부동산 투자 대부분은 미국 부동산에 한정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유럽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중후반부터 아시아 국가에 투자하였다. 오늘날 싱가포르투자청은 30개가 넘는 국가의 부동산에 투자하며 글로벌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 이외에 싱가포르랜드, 펄이스트, 테마섹, DBS랜드, 피뎀코, 케펠랜드, 아센다스 등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해외 투자, 출처: https://www.gic.com.sg/investments/

세계화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국제적인 자산운용사들은 아시아 지역 본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하기 시작했다. 해외 기관들은 안정적인 정치 체제와 높은 수준의 사회 기반 시설을 갖춘 싱가포르를 아시아 부동산 금융의 중심지로 인식하였다. 또한 싱가포르 부동산 산업은 경험 많고 숙련된 인적 자원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비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의 제한적인 자원 및 시장 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해외 지역에서의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는 해외 지역화 전략을 추진하였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해당 지역에서의 사업을 통해 싱가포르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도시 계획, 산업용 단지 개발, 지역 및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등에 관한 부동산 컨설팅이 포함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다양한 정부 간 개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며 지역화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싱가포르의 협소한 토지 규모는 싱가포르 정부가 정부 간 개발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부동산 개발 사업에 관한 자국 내 전문성을 해외에 수출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1994년 중국과 싱가포르 양 국가 간의 쑤저우 산업 단지, 2008년 텐진 에코시티, 1994년 인도와 싱가포르 양 국가 간의 방갈로 IT단지와 같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는 싱가포르가 그들의 전문성을 해외에 수출한 대표적인 정부 간 개발 협력 프로젝트이다. 싱가포르가 보유한 도시 개발에 관한 전문성을 해당 전문성이 필요한 주변 국가에 전달하며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하였다.

 

CNBC 뉴스, 중국에 도시를 건설하는 싱가포르 Singapore is building a city in China

 

4. 실물 부동산 시장에서 자본 시장까지

부동산 개발 사업 및 실물 자산 매입을 위한 투자 방법론은 오랜 기간 변하지 않았으며, 이것의 자본 구조는 개인이 집을 구매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본 및 대출로 이루어진다. 근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부동산 산업 및 자본 시장에서의 혁신들은 사적 및 공적 시장에서의 자본화를 통해 부동산의 유동성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는 시장에서의 부동산 투자 수단의 저변을 크게 확대하였다. 실제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것을 넘어, 자본 시장의 새로운 혁신들로 인해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자본(주식) 및 대출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부동산 투자에서의 네 가지 접근법은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에 있어 필수적인 접근법으로 간주된다. 사모 대출 Private Debt, 공모 대출 Public Debt, 사모 자본 Private Equity, 그리고 공모 자본 Public Equity이다.

 

리츠의 도입으로 공모 및 사모 시장에서 부동산 자본의 증권화를 통한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게 되었다. 싱가포르 리츠 시장의 성장은 부동산 자본 투자에 있어 새로운 수단을 시장에 제공하였으며 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자본 활용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을 추가적으로 갖게 되었고, 소액 투자자들은 기존에 접근할 수 없었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는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에 대한 간접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되었다.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캐피탈랜드몰 트러스트가 주식에 상장되면서 2002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이후 리츠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5년에 5개의 리츠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리츠 시장 규모는 한화 약 4조 원 수준이었다. 2016년 리츠 시장 규모는 2005년 대비 12배 성장하여 한화 약 53조 원 규모에 이르렀으며, 28개의 리츠가 주식에 상장되었고, 부동산 증권이 여럿 결합된 스테이플 상장 리츠도 존재하였다.

리츠가 보유한 싱가포르 부동산, 출처: https://dollarsandsense.sg/7-types-reits-singapore-reasons-people-invest/

부동산 산업에 있어 또 다른 국제적 현상은 지난 20년간에 걸친 부동산 사모 펀드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SEAPAC은 싱가포르의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1994년 설정된 최초의 사모 펀드이다. 2003년에는 케펠랜드와 알파 인베스트먼트가 아시아 NO.1 부동산펀드를 설정하였으며, 2008년에는 캐피탈랜드의 첫 사모형 펀드인 래플스 시티 차이나 펀드가 설정되었다. 최근에도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부동산 펀드를 설정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작은 시장 규모로 인해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들은 해외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주된 대상은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이다.

 

초기의 싱가포르 부동산 산업은 발달하지 못한 실물 부동산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금융 자본과 결합된 선진화된 유동화 시장이 되었다. 이를 통해 공공 및 민간 시장에 다양한 투자 선택권을 제공하였으며 아시아 부동산 금융의 중심지가 되었다. 공공 및 민간의 효과적인 협력 관계는 싱가포르 부동산 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민간의 시장 논리를 보장하며 부동산 개발 회사 및 기관투자자의 수익에 대한 동기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정부 정책의 목표를 충족하였다. 효과적인 민간과 공공 상호 간의 협력 관계는 시장의 기회를 자본화하고,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됨을 증명하였다.

싱가포르의 기적,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진 지음/ 출판사 차밍시티